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까나(Cà Ná)를 지날 때마다 나는 산과 바다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기적 소리를 기다리곤 했다. 운 좋게 기차를 마주치는 여정도 있었고, 약간의 아쉬움을 안고 지나쳐야 하는 여정도 있었다. 그렇게 칸호아(Khánh Hòa) 남쪽 관문에 자리한 이 도로는 세월의 변화는 물론, 먼 길을 떠나던 여정과 돌아오던 길과 맞물려 내 기억의 한 조각이 되었다.
기적 소리를 기다리며
까나를 얼마나 많이 지나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옛 닌투언(Ninh Thuận) 땅과 인연을 맺은 지 거의 20년, 그 길은 어느덧 익숙한 곳이 되었다. 때로는 바쁜 취재 길이었고, 때로는 다른 지역으로 가는 출장이었으며, 먼 곳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여정이기도 했다. 언제나 나는 1번 국도가 바다를 끼고 굽이치는 구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바위산 비탈을 지나면 푸른 바다가 눈앞에 불쑥 펼쳐진다. 한쪽에는 산, 다른 한쪽에는 파도가 일렁이고, 길은 암벽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다. 그 굽잇길이 보이기만 하면, 나는 까나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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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바다를 따라 도로와 철길이 굽이쳐 흐르고, 오가는 기차들이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기는 독특한 까나 도로. 사진: VĂN MIÊN |
자주 다녀 익숙해졌지만, 신기하게도 단 한 번도 지루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늘 보던 바위산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굽잇길, 1번 국도 옆으로 길게 펼쳐진 푸른 바다 그대로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지나갈 때마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무언가를 기다리곤 했다.
가장 좋을 때는 바로 기차를 마주칠 때였다. 산비탈 쪽에서 기적 소리가 메아리쳐 온다. 이윽고 기관차가 모습을 드러내고, 객차들이 꼬리를 물고 굽잇길을 돌아 나온다. 어떤 구간에서는 기차가 1번 국도를 달리는 차량 행렬과 거의 나란히 달린다. 나는 마지막 객차가 산비탈 뒤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곤 했다. 찰나의 짧은 순간이지만, 여정을 한층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매번 운 좋게 기차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때는 길 내내 기다려도 선로가 그저 텅 비어 있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굽잇길에 막 접어들자마자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먼 길에서 오랜 벗을 만난 듯 반갑기도 했다. 취재 현장으로 달려가는 길이든, 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든, 그 반가운 설렘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저 객차 안에 탄 사람들도 나처럼 까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누군가도 이 구간에 이르러 바다를 내다보고, 산자락 아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 행렬을 보려고 기다렸을까? 기차에 탄 이는 도로를 내려다보고, 도로 위의 이는 기차를 올려다본다. 스쳐 지나가는 만남 속에서 서로 알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그 바다에 대한 아름다운 인상만큼은 함께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까나에는 이곳을 여러 번 지나간 사람이라면 잊기 힘든 아주 특별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바다 냄새다. 그것은 단순히 바람에 실려 오는 짠맛뿐만 아니라 진한 늑맘(액젓) 냄새, 생선 냄새, 소금 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향이다. 어떤 구간에서는 차창만 내려도 곧바로 그 냄새를 느낄 수 있다. 그 냄새가 어찌나 익숙한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맡지 못하면 왠지 허전함마저 든다.
해변가 지붕들 뒤편에는 어업과 액젓 제조, 멸치 찜, 염전 일에 기대어 살아온 여러 세대 주민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햇볕 아래 펼쳐진 건조장, 발효 숙성용 나무통, 길게 펼쳐진 하얀 염전은 이 고장만의 고유한 풍미를 빚어냈다. 예전에는 바다를 넋 놓고 바라보며 기차를 기다리곤 했다. 훗날 취재차 다니며 출항 하나하나, 생선 한 그물, 소금 한 톨 뒤에 숨은 고단함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나는 이 땅을 더욱 애틋하게 여기게 되었다.
어떤 여행길에서는 약속과 대화, 채 끝맺지 못한 취재 노트에 마음을 빼앗긴 채 분주히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차가 까나에 이르기만 하면 그 바쁜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바다를 조금 더 바라보고 싶어진다. 이 도로는 늘 분주한 여정 한가운데서 내게 고요한 휴식의 순간을 내어주는 듯하다.
길들이 바다를 만나는 곳
최근 몇 년간 까나를 지날 때마다 익숙했던 이 바다에 또 다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연안 어선들 곁으로 이제는 대형 화물선들이 까나 종합항만으로 드나든다. 거대한 선체와 부두 구역, 화물 운송 시설들은 본래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이 고장에 새로운 면모를 안겨주었다.
고지대 도로에서 내려다보면 까나는 참으로 독특한 지형을 드러낸다. 1번 국도는 산자락을 휘감아 돌고, 남북 철도는 바위 비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며, 더 멀리에는 화물선들이 떠 있는 항만 수역이 펼쳐진다. 때로는 기차가 지나가는 바로 아래 도로로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먼바다에는 화물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기도 하다. 산과 바다 사이의 한 공간에 세 가지 형태의 교통수단이 공존하며 이 도로만의 보기 드문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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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가 지붕들과 전통 액젓 제조는 까나 바다만의 소박한 정취를 빚어낸다. 사진: 반 미엔(VĂN MIÊN) |
예전에는 내 시선이 주로 철길만을 향했다면, 이제는 먼바다에 뜬 거대한 배들에게도 사로잡힌다. 한편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 길과 함께해 온 열차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항만의 발전과 함께 열리고 있는 운송 항로들이 있다. 이 두 가지 움직임 사이에서 1번 국도는 밤낮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실어 나른다. 까나는 길들이 만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익숙한 옛것과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변화의 이어짐을 뚜렷이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항만 개발과 함께 남북고속도로, 1번 국도와 까나 종합항만을 연결하는 도로망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화물 운송을 원활하게 하고 산업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기반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
도 남부의 관문 지역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지나간 세월을 다시금 떠올린다. 시골 마을과 산골, 바닷가를 누비던 여정들, 일터에서 맺은 수많은 만남들은 이곳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주었다. 어쩌면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새로운 것 앞에서 설레곤 할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이 다니고 더 많은 것을 겪을수록, 오히려 익숙한 것들에 더 쉽게 마음이 뭉클해진다. 오늘날의 까나(Cà Ná)에는 새로운 건축물들과 커다란 배들, 그리고 새로운 삶의 활기가 더해졌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여정을 거친 뒤에도 산허리를 가로질러 달리는 기차를 마주할 때 느끼는 그 소박한 기쁨을 여전히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차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굽잇길을 모두 지나자 바다는 서서히 등 뒤로 멀어지고, 철길 역시 바위 비탈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취재 길일 수도 있고, 먼 여행일 수도 있으며, 혹은 돌아오는 여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다음번에 까나를 지날 때에도 여전히 철길 쪽을 바라보며 기차를 기다릴 것임을. 여전히 창문을 내리고 바닷바람 소리를 들으며, 이 땅과 함께한 세월 동안 익숙해진 그 짭조름한 젓갈 냄새를 마주하고 싶어 할 것임을.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닐지라도, 그리움의 땅이 되기에는 충분히 오랜 시간을 머문 그런 곳들이 있다...
쑤언 응우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