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옹 꽃이 피는 계절마다 나는 지나간 청춘의 한 시절을 떠올린다.
나는 쯔엉사(Trường Sa) 한가운데 서서 꽃잎이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내게 바다와 섬이란 그곳을 향했던 여정들과 이야기들, 사진들, 그리고 먼 외딴섬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육지의 가까운 곳에서 방부옹 나무를 마주할 때도 내 마음은 여전히 바다를 향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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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마(Gạc Ma) 전사 추모지에서 피어난 방부옹 꽃. |
나무의 자태 하나, 꽃봉오리 한 송이, 끝이 연분홍빛으로 물든 수술을 지닌 꽃 한 송이만으로도 지나간 수많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 시절 나는 젊었고, 조국의 바다와 섬을 향한 여정과 활동들에 대한 설렘을 가득 품고 있었다. 여정을 떠날 때마다 이해하고 사랑해야 할 것들이 하나씩 열렸다. 이전에는 지도에서만 보던 지명들이 점차 친숙해졌다. 나는 먼바다의 날씨를 살피기 시작했고, 바다 관련 뉴스에 더 귀를 기울였으며, 섬 군인들의 사진 앞에서 더 오래 발길을 멈췄다. 그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게 바다는 아주 특별한 기다림이기도 했다.
나의 청춘은 그렇게 기쁨과 그리움 속에서 흘러갔다.
내게 그 모습은 바로 방부옹 꽃이었다.
깜럼(Cam Lâm)면의 각마(Gạc Ma) 전사 추모지에서 맞이한 3월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며 화사함을 뽐내는 방부옹 꽃들은 내 마음속에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보은 행사에 참여해 사람들과 함께 헌화하고 분향하며, 그분들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질 때마다 내 마음은 숙연해졌다. 피어오르는 침향 연기 속에서 나는 청춘을 바다에 바친 군인들을 떠올렸고, 기다림 끝에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들과 아내들, 그리고 그 가정들을 생각했다. 듣고 나서도 여전히 가슴 먹먹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읊어지는 추모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참배를 마친 뒤 오솔길을 천천히 걸을 때면, 나와 동료 언니들은 경내의 여러 꽃들과 어우러져 햇살 아래 부드럽게 빛나는 흰색과 연분홍빛 꽃송이들 앞에서 늘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을 느끼곤 했다. 수많은 슬픔과 그리움이 깃든 이곳에서도 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꽃은 여전히 피어난다. 바다와 섬에 대한 사랑은 이처럼 돌아오는 발걸음 속에서, 오늘의 벅찬 감동에서부터 내일을 지키고 가꾸어 가려는 다짐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곳의 꽃이 피는 계절마다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 안부를 묻는 한마디, 먼 곳에서 전해져 오는 무사 소식 하나하나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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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마(Gạc Ma) 전사 추모지에 심긴 방부옹 나무가 꽃을 피웠다. |
훗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 뒤, 나는 매일 오가는 길목에서 다시 방부옹 꽃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무는 다소 메마르고 잎사귀도 성기며 푸른빛도 덜했다. 하지만 낯선 풍경 속에서 문득 낯익은 모습을 발견한 것처럼 마음이 한없이 친근해졌다.
나는 그 메마르고 여위었지만 끈기 있는 자태를 애틋하게 여긴다. 나무가 얼마나 많은 뙤약볕을 견뎌냈는지, 뿌리가 꽃송이들을 피워내기 위해 땅속에서 얼마나 많은 물을 아껴 모았는지 알 수 없다. 마당 바닥에 떨어진 희고 옅은 분홍빛 꽃잎에는 아직 물기가 어려 있다. 나무는 그렇게 꽃을 피우며, 한 차례 지고 나면 또 다른 꽃들이 조용히 뒤를 잇는다.
냐짱의 우기가 마침내 다시 찾아왔다. 내리는 비는 밑동 주변의 땅을 흠뻑 적시고, 나뭇잎마다 쌓인 먼지를 씻어낸다. 처마 밑에 서서 마당으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갈증에 시달리던 날들을 지나 마침내 배불리 물을 들이켜고 있을 뿌리를 떠올린다. 머지않아 나무는 푸른 새싹을 더 틔우고 잎은 더욱 무성해질 것이며, 꽃송이들은 땅의 맑은 수맥을 머금고 다시 피어날 것이다.
비 온 뒤 어느 날 아침, 잎에 물방울이 아직 맺혀 있을 때 사무실에 출근했다. 밑동 아래에는 지난밤 떨어진 꽃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는 막 돋아난 파란 움 옆에 새로운 꽃봉오리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젖어 있는 마당을 지나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등 뒤로는 바당부옹 나무가 묵묵히 비를 맞이하고, 앞에는 새로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지난 바당부옹의 계절들이 남아 있다. 바다와 섬을 향하던 청춘의 한 시절, 감사의 여정들, 먼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그리워하던 그 수많은 날들. 이제 이 길목 곁에서 그 기억에는 마당 한 켠, 처마 한 자락, 동료들과 점차 익숙해져 가는 수많은 일들이 덧대어진다.
나는 한참 동안 바라보다 문득 나 역시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안니엔



